그냥 나저씨 보다가 연출 중에 좋아하는 부분 남겨 봄



1. 정희네에서 왁자한 자리를 등 뒤에 두고 술 마시는 동훈 씬.


화면은 이지러지고 배우들의 입 모양은 말과 일치하지 않고, 대화는 나레이션처럼 깔려.


술을 이지러질 때까지 마셔야(혹은 그런 분위기에서야) 겨우 속 마음의 일부라도 드러낼 수 있는 동훈이라는 사람을 드러내주는 것 같아 좋고,


그렇게 힘겹게 내어놓는 속 마음을 지안이 꼬박 듣는다는 설정도 좋다.



2. 지안이 동훈에게 갈 때마다 등장하는 동훈 숨 소리.


동훈은 워낙에 자기 힘든 것 말 않는 편이고, 동훈이 지금 상황을 버티고 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은 오로지 저 숨 소리, 버겁게 들이고 내는 저 무거운 숨 소리 뿐이지.


지안은 그 숨 소리를 들을 수 있는 현재 유일한 사람이고.


동훈에게 갈 때 지안은 거의 늘상 동훈의 숨 소리를 들어.


동훈이 다리 위에 섰을 때 지안이 동훈에게로 달려가면서 들었던 것도 동훈의 숨 소리였고.(내 기억이 맞다면)


지안이 동훈을 읽어내는 매개 중 하나가 동훈의 '숨 소리'라는 점이 좋다.



3. 10화에서 동훈의 숨 소리와 겹치는 자신의 숨 소리를 지안이 이어폰으로 듣는 씬.


뒤에 카메라 붙은 거 눈치 챈 지안이 동훈 알은 체 않고 지나치는데, 지안이 낀 이어폰으로 동훈의 숨 소리와 지안 자신의 숨 소리가 겹쳐 들어.


버티는사람. 자기 삶을 아등바등 버티는 둘의 숨 소리가 겹치는 것도 좋았고, 동훈의 숨 소리만 듣던 지안이 자신의 숨 소리도 듣게 된다는 것도 좋았고,


자기 숨 소리 옆에 동훈의 숨 소리가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됐을지도 모른다는 것도 좋았어.



동훈은 도청이라는 설정을 거치지 않고서는 그 속을 읽어내기 어려운 캐릭터이긴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, 쓰고 보니.


혼잣말으로나, 술 취해서 거의 아무도 자기 얘기를 듣지 않을 때나 겨우 제 말을 하는 사람. 말 아닌 것으로 티 나지 않게 말 하는 사람.



정리는 안 되는데 아무튼 주저리주저리 해봤다.


앞으로 6화 남았네. 행복하게 달리자. 아무튼. 출처.나저씨 갤러리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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